【시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가적 신뢰 회복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 등록 2026.06.07 19: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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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일보 이진희 기자】참정권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이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뿌리다. 그러나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및 투표 중단 사태’는 이 신성한 권리를 국가가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예산 절감과 관리 편의를 이유로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을 임의로 축소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 편의주의가 불러온 참사다. 그 대가는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겪고 있는 극심한 정국 혼란과 국론 분열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래 대한민국의 주역인 2030 세대와 대학생 청년층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사실이다. 청년 유권자들은 대학가 커뮤니티와 광장을 통해 ‘내 한 표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며 전면 재투표와 재검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단 몇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투표소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유권자들의 원성은 지극히 정당하다. 나아가 일각에서 대통령 하야나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용어까지 분출되는 현 상황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선거 관리 부실’이 아닌 ‘헌정 질서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민심의 방증이다.

 

이미 법조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헌법소원과 투표함 증거보전 가처분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만약 법정 공방을 통해 특정 격전지의 투표 불능자 수가 당선인 간의 표 차이보다 많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일부 선거구의 선거 무효화와 재선거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당선자들에게는 정치적 정당성의 흠집을, 낙선자들에게는 승복할 수 없는 명분을 주어 사회적 비용을 천학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이제 공은 국가와 사법부로 넘어갔다. 선관위가 출범시킨 진상규명위원회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전수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법부 역시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의 공정성을 훼손했는지 여부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긴다면 대한민국의 선거 신뢰도는 복구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라 할지라도, 무너진 민주주의의 성역을 다시 세우기 위한 국가적 결단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진희 기자 wr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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