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최은준 기자】 | 여행객의 발이 되어주는 공항철도에서, 대형 캐리어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일부 승객들의 비매너 행동이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통행로와 출입문을 가로막고, 열차 내부에서는 좌석과 통로를 캐리어로 점령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교통문화의 미성숙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길막 캐리어"… 공공질서 무너뜨리는 일상 풍경
출퇴근 시간과 공항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대, 공항철도 차량 내 출입문 앞은 사실상 '캐리어 주차장' 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출입문 앞에 대형 여행가방을 세워두고 서 있는 승객은 승하차를 막아 다른 승객의 이동을 방해하며, "문 앞 길막" 현상은 일상적인 불편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노약자, 임산부, 외국인 관광객 등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승객에게는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문이 열리는 짧은 시간 안에 캐리어를 넘거나 비집고 지나가야 하는 현실은 공공 교통의 기본인 ‘안전과 편의’가 뒷전으로 밀린 것을 의미한다.
-열차 내부 자리 점유도 심각-
열차 좌석에 캐리어를 올려두거나 옆자리, 심지어 2~3인분 공간까지 점유한 채 앉아 있는 승객도 많다. 일부는 통로에까지 캐리어를 세워두며 보행 공간을 침해, 승무원이 통로를 지나가기조차 힘든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한 시민은 SNS를 통해 다음과 같은 불만을 전했다.
“공항철도는 캐리어가 주인공이고, 사람은 지나가면서 양해를 구해야 하는 구조예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열차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보다 캐리어가 우선되는 교통 문화"의 그림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예절 부족을 넘어선, 사회 전반의 공공질서 의식 결여로 분석한다.
교통문화연구소 김지윤 박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대중교통은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그 안에서 공간을 무분별하게 차지하는 행위는 **타인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일종의 ‘교통폭력’**이라고 봐야 합니다.”
-제도적 대책 및 시민의식 개선 시급-
현재 공항철도 측은 “혼잡 시간대에는 계도 방송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차량에는 수하물 공간도 마련돼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용자 밀도에 비해 수하물 공간이 부족하고 제재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수하물 규정 마련, 대형 캐리어 제한, 전용 보관칸 설치, 실시간 안내 강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시민들 역시 “내 캐리어 하나쯤이야”라는 생각 대신, 모두의 이동을 고려한 배려와 질서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