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권력이 기성 교단의 ‘칼잡이’를 자처해서야 되겠는가

  • 등록 2026.01.12 21: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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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가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만나 특정 종교 단체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단’ 출범과 단체 해산을 공식화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수십 년간 지켜온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사이비 종교의 반사회적 행태를 단죄하겠다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그 이면에서 비치는 정부와 기성 교단의 유착은 민주 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위험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국가 권력이 특정 종교의 ‘이단성’을 처벌의 잣대로 삼으려는 태도다. 간담회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국정이 그대로 수용한 모양새는, 사실상 기성 교단의 신학적 심판에 정부가 공권력이라는 칼을 빌려준 꼴이다.

 

헌법 제20조가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은 국가가 특정 종교의 교리적 분쟁에 개입하거나 특정 종파에 권력을 부여하지 말라는 엄중한 명령이다. 정부가 기성 종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집단을 ‘이단’으로 낙인찍고 제거에 나서는 순간, 이는 법치 집행이 아니라 중세적 ‘종교 재판’으로 전락하게 된다.

 

나아가 7대 종단이라는 ‘주류 권력’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수 종교의 해산을 논하는 것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의 권리를 짓밟는 독단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국민도 동의할 것”이라며 여론을 동원해 공권력을 선동하고, 정부가 이에 장단을 맞춰 ‘자산 몰수’와 ‘단체 해산’이라는 초법적 조치를 언급하는 행태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헌법상 결사의 자유는 다수가 혐오하는 집단이라 할지라도 명확한 법적 절차와 증거 없이 함부로 박탈할 수 없는 천부인권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합수단의 칼날이 조세 포탈이나 사기 등 구체적인 실정법 위반을 향한다면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마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특정 집단을 ‘사회악’으로 규정해 청소하듯, 특정 종교 자체를 사회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국가적 폭력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정부가 기성 종단의 입맛에 맞는 ‘선별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자 헌법 위반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성 교단의 ‘민원 창구’ 역할을 중단하고 헌법적 중립성으로 돌아와야 한다. 대통령실은 7대 종단과의 부적절한 밀착 의혹을 해소하고, 수사의 목적이 특정 교리에 대한 심판이 아님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정부가 주류 종교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다면, 이번 합수단은 ‘정교유착’의 오점을 남긴 역사의 불명예로 기록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진희 기자 wr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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