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서울=이재준 기자】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특정 종교를 겨냥한 강경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이를 ‘공권력 남용’과 ‘혐오 조장’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종교·사회단체 연대체인 ‘민주주의와 종교자유를 위한 공동연대(이하 공동연대)’는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와 국가의 종교 중립성 수호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 등 각계 종교 지도자와 법조인, 교수 등이 참여한 이번 회견은 정부의 최근 행보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특정 종교 ‘사회악’ 규정은 헌법 위배 소지” 공동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종교의 자유 및 정교분리), 제10조(인간의 존엄), 제11조(평등 원칙)를 근거로 들며, “국가 최고위층이 특정 종교를 ‘사이비’, ‘이단’, ‘사회악’으로 낙인찍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종교 중립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종교지도자 오찬 간담회에서 특정 종교단체를 겨냥해 “사회적 해악을 오래 방치했다”고 발언한 것과, 이튿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이를 ‘척결해야 할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공동연대는 “범죄 혐의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당연한 권력의 집행이지만, 구체적인 증거 없이 특정 단체를 포괄적으로 부정 규정하는 방식은 공권력에 의한 차별을 정당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 인권 기준 부합 여부 검토 요청 특히 공동연대는 이번 사안을 국내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국제적인 인권 문제로 확대해 대응할 방침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유엔(UN) 헌장과 세계인권선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가입국임을 상기시키며, “정부의 대응이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지 UN 등 관련 전문 기구에 독립적인 검토와 권고를 포함한 공식 입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혐오 중단하고 평등한 소통 구조 마련하라” 공동연대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정부에 세 가지 핵심 사항을 요구했다.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 조장 및 공권력 남용 중단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차별적 발언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모든 종교와 신앙이 동등하게 존중받는 소통 구조 마련 등이다.
공동대표 법산스님은 “종교의 자유는 특정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며, “정부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모든 국민의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