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홍지수 기자】 |오랜 세월의 흔적을 품은 골목 담장이 새로운 색을 입었다. 인천 남동구 만수2동에 자리한 만부마을 이야기다. 주거 경관 정비를 위해 현장을 찾은 신천지 자원봉사단 남동지부(이하 남동지부)의 활동이 이어지며 골목 분위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노후주택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원도심 환경 정비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만부마을 역시 같은 여건에 놓여 있다. 이 지역은 6·25 이후 피난민 정착과 1960~1970년대 이주민 유입으로 형성된 주거지로, 오랜 기간 유지된 밀집 형태가 특징이다. 다만 복합적인 소유권 구조와 분담금 부담 등으로 대규모 재개발 추진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특히 고령 거주자의 비중이 높아 자발적인 환경 정비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 현장 기반 활동, 공공 협력 구조로 이어지다
당장의 물리적인 주거 환경 개조가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마을 환경 정비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시작된 것이 만부마을 벽화 봉사다.
만부마을 벽화 봉사는 마을 고유의 색채를 되찾고자 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요청에서 출발해 지난해 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러한 현장 밀착형 행보는 공공의 공식적인 인정으로 이어졌다. 남동지부는 지난 4월 인천남동구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한 ‘자원봉사 우수프로그램 공모사업’에 이름을 올리며 단체의 기획력과 실행력을 입증했다.
지자체와의 공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층 추진력을 얻은 이번 세 번째 벽화 작업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대상지를 선정한 뒤, 같은 달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이어졌다. 총 길이 약 16m, 높이 2.5~4m 규모로 조성된 현장에는 50여 명의 봉사자가 모였다. 이들은 밑그림을 담당하는 스케치 조와 도색 조로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해, 16m에 달하는 구간을 일사불란하게 채워 나갔다.
작업 3일 차인 24일, 벽화가 형태를 갖춰가자 집 안에 있던 주민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와 봉사자들에게 믹스커피와 음료를 건네며 격려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 주민은 청년 봉사자들의 등을 두드리며 “골목 분위기가 밝아진 것 같다. 자신의 집 담장에도 그려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봉사자 이수민(29·가명·여·만수동) 씨는 “미술 전공 지식을 활용해 지역 어르신들께 도움이 될 수 있어 의미 있었다”며 “주민분들과 직접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새롭게 단장된 골목은 인근 만수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이는 마을 입구 경관 개선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 생활 밀착형 봉사로 확장… 지역 공동체 연결
벽화 봉사를 매개로 맺어진 인연은 여름철 냉방기 점검, 겨울철 방한 지원 등 계절별 생활 밀착형 지원으로 확대되며 자원봉사단과 주민 간의 교류를 깊게 만들고 있다.
만부마을 거주자 김모(78·여) 씨는 “단순히 그림만 그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와 안부를 살펴주니 이제는 한 식구처럼 든든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신천지 자원봉사단 김기하 부지부장은 “주민 요청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을 선정해 활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벽화 봉사를 포함한 생활 밀착형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만부마을에서 진행된 이번 벽화 봉사는 주민 참여와 현장 중심 실행이 결합된 환경 정비 사례로 주목된다. 신천지 자원봉사단 남동지부는 향후에도 주민 요청을 기반으로 벽화 봉사를 이어가고, 지자체 관리 시설로 범위를 확대하는 등 공익적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