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서울=강수선 기자】6월 3일 실시되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후보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여 당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에서 발생한 성비위 사건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대응했다고 자부한다”며, 자신으로서는 오히려 “섭섭하고 기분이 상할 일”이라고 발언하였다. 이는 사건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할 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과 상처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부적절한 언사이다.
무엇보다도 조국 후보가 공당을 대하는 인식부터 근본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정당은 특정 개인의 정치적 위상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공의 가치와 시민의 뜻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구이다. 창당 이래 자신의 이름을 정당의 전면에 내세운 것 자체는 조국혁신당이 공적 조직이라기보다 개인 정치의 연장선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 중심적 리더십이 단지 상징적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특정 인물의 권위와 정치적 상징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
지도자의 인식과 판단이 조직 전체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는, 당내 견제와 균형의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 역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설령 조국 후보 개인의 인식에 한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당의 제도와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했다면 사건의 처리 과정과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조국혁신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특정 지도자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 공당으로서 갖추어야 할 독립성과 책임성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조국 후보는 법학자로서 누구보다 법치와 공적 책임의 의미를 잘 알고 있어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자녀의 입시 과정과 관련한 불법 행위로 인해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되었으며, 그 결과 의원직 또한 상실하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사법적 책임을 마치 공적 희생인 것처럼 포장하는 태도에서는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겸허함과 자기 성찰의 자세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 조국 후보가 보여야 할 것은 자기 방어가 아니라 성찰과 책임 있는 대안 제시이다. 공당의 대표이자 국회의원 후보라면, 당내 성폭력 사건 이후 당의 성인지 감수성과 젠더폭력 대응 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피해자와 시민 앞에 져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책무이다.
그러나 조국 후보는 자신이 당시 평당원이었기에 사건에 개입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해명하였다. 하지만 피해자들과 사건 해결을 지원한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수감 중이던 조국 후보에게 수차례 서신을 보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도 이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조국혁신당의 사건 대응 역시 조 후보의 평가처럼 모범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 보호와 문제 해결에 선제적으로 나섰다기보다, 사건이 당에 미칠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치중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피해자들이 결국 탈당한 이후에야 사과가 이루어졌고, 여론의 비판이 확대된 뒤 지도부가 사퇴하였다. 이러한 경과를 고려할 때, 이를 두고 스스로 모범적 대응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민주당보다 나았다”는 식의 비교 논리이다. 공당의 책임은 타인의 과오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될 수 없다. 다른 정당의 실패가 자신의 책임을 경감시켜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도자라면 타인의 잘못을 거울삼아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자신의 과오와 당내의 중대한 문제를 충분히 성찰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아픔보다 조직의 체면과 자신의 입장을 앞세우는 태도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더 나아가 지도자 개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 속에서 당의 제도적 대응 역량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조국혁신당이 공당으로서 갖추어야 할 민주적 운영 원리와 책임 구조를 여전히 확립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조국 후보는 더 이상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발언을 중단하고, 자신의 방관과 책임 회피에 대해 진정성 있게 성찰해야 한다. 아울러 조국혁신당 역시 특정 인물의 권위에 의존하는 정당 운영을 넘어, 피해자 보호와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공당의 대표와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이며, 비교가 아니라 반성이다. 조국 후보는 과연 그에 상응하는 자격과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