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이진희 기자】한 사람에게 중대한 혐의가 제기됐다는 것과 그 사람을 구속한 상태로 재판해야 한다는 것은 과연 같은 의미일까. 최근 이만희 구속논란이 이어지면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재판'의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가 중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혐의의 중대성과 구속의 필요성은 엄격히 다른 기준으로 판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에게 제기된 혐의는 법정을 통해 철저히 규명돼야 마땅하다. 종교지도자라 할지라도 법의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위법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혐의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판단 요구가 곧바로 '구속 상태의 지속'이라는 결론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총회장은 지난 6월 24일 법원이 증거인멸 염려를 인정해 구속된 이후, 구속적부심 기각과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추가 기소를 거치며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정당성은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그러한 판단이 재판 종결 시까지 무조건 고수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속의 필요성은 사건의 진행 상황, 증거 확보의 진척도, 도주 우려 및 관계자 회유 가능성 등을 현재 시점에서 끊임없이 재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이 규정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이 무조건 무죄라는 선언이 아니라,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방어권과 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아야 함을 뜻한다. 1931년생이라는 초고령의 나이와 건강 상태 역시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방패가 될 수는 없으나, 장기간의 구금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방어권 행사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구속보다 덜 침해적인 대안(보석 등)이 가능한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현실적 요소다.
특히 이 총회장을 둘러싼 평가는 사법적 척도 외에도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민간 차원에서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외치며 각국을 순방해 온 평화운동가이자 평화사절기로서의 행보를 걸어왔다. 수차례의 해외 평화 순방과 종교 지도자 간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통일과 지구촌 전쟁 종식을 촉구해 온 활동은 종교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법의 심판대 위에서 공소사실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과 별개로, 한 평생 평화와 종교 간 화합을 외쳐온 고령의 종교 지도자가 지닌 사회적 활동의 궤적 역시 거대 조직의 수장이라는 프레임 속에서만 매몰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직의 규모나 사회적 영향력만으로 구속의 필요성을 무기한 인정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구체적으로 해소됐는지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법치주의의 본령은 혐의를 덮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정의와 인권 존중의 균형을 찾는 데 있다. 이 총회장에 대한 재판은 감정에 치우치거나 여론에 떠밀리기보다,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의 취지를 살려 오직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