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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 사람을 혼자 남겨두지 않는 사회

【우리일보 김은기 기자】봉사 현장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은 큰 행사를 마친 날이 아니다. 불이 어두운 집의 전등을 갈아드리고, 겨울을 앞둔 가정에 연탄을 옮기고, 홀로 지내는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했을 때다. 생필품 한 꾸러미나 따뜻한 식사 한 끼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어려움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청하기 힘든 사람 곁에 아무도 없을 때 더 깊어진다는 사실을 배웠다.

 

95세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의 구금 문제도 이런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재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사람의 생명과 건강은 멈춰 있지 않는다. 법적 판단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초고령자의 몸은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의 작은 이상이 내일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식사량이 조금 줄거나 약 복용이 흐트러지고, 한 번 넘어지거나 감염을 겪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급격히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낯선 공간에서 장기간 지내는 일은 신체뿐 아니라 불안과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모든 조치를 피하게 해달라는 뜻이 아니라, 95세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현실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봉사는 사람을 평가한 뒤 돕는 일이 아니다. 당장 필요한 손길이 무엇인지 먼저 살피고, 더 큰 위험으로 번지기 전에 움직이는 일이다. 사법기관도 초고령 피고인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외부 의료진의 판단과 가족의 우려가 형식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판 출석과 증거 보전이라는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다른 관리 방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판단을 미루는 동안 건강 위험이 커지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어떤 단체에 속했는지, 사회가 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돌봄의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공정한 사회는 인기 있는 사람에게만 따뜻한 사회가 아니다.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에게도 생명과 존엄을 지킬 최소한의 배려를 적용할 때 비로소 원칙이 된다.

 

사법부가 이 총회장의 구금 상태를 다시 살펴, 건강을 지키는 환경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를 바란다. 사람을 혼자 남겨두지 않는 것, 위험을 알면서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봉사 현장에서 배운 공동체의 책임이며 국가가 보여야 할 품격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