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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 95세 고령 피고인의 보석 심문을 앞두고

【우리일보 김은기 기자】참전유공자와 어르신을 돕는 봉사활동을 해 온 사람으로서, 95세 고령 피고인이 구금 상태에서 보석 심문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오는 21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이 예정돼 있다.

 

고령자의 삶을 가까이에서 살펴온 봉사단장으로서, 구금 상태의 초고령 피고인이 재판을 준비하고 참여할 현실적 조건은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

 

봉사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보호의 대상이기 전에 자신의 삶과 뜻을 가진 시민이다. 필요한 도움을 정하고 받는 과정에서도 본인의 의사를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판단과 선택을 주변이 대신해서는 안 된다.

이 기준은 고령자가 국가의 형사절차 안에 놓일 때 더 무겁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구금은 단순히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게 하는 조치가 아니다. 피고인이 변호인과 재판을 준비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법정에서 밝히는 방식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초고령 피고인에게는 그 시간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고령이라는 사정이 법적 책임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령 피고인에게 구금이 어떤 현실적 부담으로 작용하는지는 별도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보석 심문은 혐의의 유무죄를 가리는 절차가 아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구금 상태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출석 보장과 주거 제한, 보증금 납입 등 필요한 조건을 붙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법원이 살피는 절차다. 법원은 보석을 허가할 때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서약, 주거 제한, 출국 금지 등 필요하고 상당한 조건을 정할 수 있다.

 

이번 심문에서도 구금 지속의 필요성과 재판 출석을 보장할 방안, 변호인과 소통하며 방어를 준비할 여건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고령자에게 특혜를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고령이라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채, 재판의 진행과 피고인의 방어권을 함께 확보할 방식을 찾자는 요청이다.

 

봉사 현장에서 배운 것은 한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그 사람의 처지에서 살피는 일이다. 보석 심문에서도 이 총회장이 95세의 고령 피고인이라는 사정이 형식적인 정보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법원이 법률과 기록에 따라, 재판을 준비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실제 여건까지 면밀히 살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