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권오준 기자】추석 명절을 대목을 앞두고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대금 지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인천 서해구청이 발주한 공공 관급공사 현장에서 시공사와 관할 지자체 간 기성금 및 추가 공사비 정산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하도급업체와 현장 근로자들의 노무비 체불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자재 무단 은닉 및 서류상 강제 준공 의혹까지 불거져 시공사가 담당 공무원들을 형사고소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서해구 청라생활문화센터 건립 공사의 후속 시공을 맡은 A종합건설가 서해구청 건축과로부터 기성금 10억여 원을 제때 지급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A종합건설 측은 “명절을 앞두고 하도급업체와 현장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와 자재비 정산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며 “추석 전 신속한 대금 집행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집회와 현수막 시위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구청 측은 요지부동”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분쟁은 기존 H 시공사의 부도 이후 A종합건설이 잔여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이어받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시공사 측에 따르면, 서울보증(SGI)을 통해 서해구청으로 환수된 보증사고 환수금(대위변제금) 약 5억 9,000만 원 중 현장에서 실제 공사를 진행한 하도급 몫(약 3억 원)이 지자체에 유입됐음에도 정산되지 않은 채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종합건설 대표는 “공사를 원만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전 시공사의 하도급 미지급금 등을 회사 자금으로 우선 대납하며 준공에 힘썼지만, 구청 측이 정당한 기성금과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 집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 기간과 준공 시점을 둘러싼 공방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시공사 측은 감리단 사무실 점유와 추가 시공 등으로 인해 실제 공사가 8월 15일까지 이어졌음에도, 서해구청이 서류상 준공검사 완료일을 7월 15일로 앞당겨 처리(강제 준공)한 뒤 추가 공사비 반영을 거부하고 오히려 지체상금을 물리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금 정산 갈등은 결국 형사고소로까지 번졌다. A종합건설은 지난 18일, 서해구청 B건축과장을 비롯해 C팀장, B1 팀장, D 주무관 등 소속 공무원 4명을 상대로 인천서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현장 바닥 타일 시공을 위해 특수 제작해 복도에 보관 중이던 데코타일 자재를 피고소인 공무원들이 시공사 동의 없이 잠금장치가 된 여자화장실로 무단 이동·은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시공 구간이 남아 있음에도 정상 준공된 것처럼 은폐하기 위해 민간 자재의 점유와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는 입장이다. 어어 A대표는 타절내역에 대한 감사원감사를 추가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해구청 건축과는 대금 집행을 고의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법적·행정적 검토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구청 측은 수의계약 체결 내역서상 공정의 객관적 검증, 기존 하도급 승계에 따른 법적 책임 관계, 해당 현장 자재의 실질적 귀속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며, 명확한 근거 없는 임의적 예산 집행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추석 명절을 목전에 두고 관급 공사장에서 10억 원대 대금 유보와 공무원 형사고소 사태가 맞물리면서, 건설산업기본법상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직불)제 적용 여부와 상급 기관 및 감사원 감사 청구 등 향후 법적 공방과 행정 분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