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김선근 기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해양경찰관들의 정신건강 관리 사업 예산이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속에 삭감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금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양경찰의 순직 및 공상자는 463명,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은 11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은 고위험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각종 사고와 인명 구조 활동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직무 스트레스 등 정신적 부담이 높은 직군이다.
이에 해경은 지난 2020년부터 ▲개인상담 ▲긴급심리지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지원 등을 포함한 ‘마음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특히 긴급심리지원은 선박 전복이나 순직 등 충격적인 사고 발생 시 급성 스트레스 증상을 완화하고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핵심 지원 사업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올해 갯벌에서 민간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고(故) 이재석 경사의 동료 직원 8명에게도 긴급심리지원이 즉시 이루어진 바 있다.
마음돌봄 사업 이용 건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21년 2508건, 2022년 3600건, 2023년 4295건, 지난해 4431건으로 늘며, 해양경찰관들의 심리적 부담이 점점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24년도 마음돌봄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감액했다.
해당 예산은 지난 2023년 5억 6800만원에서 지난해 5억 3200만원으로 줄었다.
해양경찰청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예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감액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조세부담률은 지난 2022년 22.1%에서 2023년 19%로 하락했으며, 2023년에는 56조 4천억 원, 지난해에는 30조 8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문금주 의원은 “세수 펑크의 책임을 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관들이 져야 하느냐”며 “부자 감세로 인한 재정 부담이 결국 현장 경찰 복지 축소로 이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해경의 마음돌봄 사업 예산 삭감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일선 공무원의 고통에 얼마나 무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해경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상담·치유 예산을 즉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PTSD는 즉각적인 치료와 예방이 핵심인데, 예산이 줄면 사고 후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현장 근무자들의 심리적 회복력이 약화되면 조직 전체의 대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