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사엽 어머니는 전남 곡성군 옥과면 백암리 태생으로 올해가 여든이 되었습니다. 백발의 여든 어머니는 2남 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 어린 여섯 나이에 6.25을 격으면서 당시 경찰관 두 오빠는 근무중에 죽임을 당한 사연은 가슴 아픈 크나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6.25의 비극은 당시 어린 소녀의 꿈을 빼앗아 갔고, 가장 아닌 가장으로 평생 동안 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했습니다.
이제 지난 세월의 상처는 아픔으로 남고, 홀로 모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 여든이 되었는데, 벌써 내 나이도 여든이 되었습니다. 지난일들은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내가 낳은 자식들은 잘 자라주었습니다.
이제 백발이 된 어머니는 "수없이 넘고 넘은 인생의 고개길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나를 남겨두고 떠난 어머니, 아버지, 오빠, 언니, 우리 시댁식구들... 친구도 이웃도 이제 하나 둘 모두가 다 내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젠 죽는 것 보다 늙는게 더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내스스로가 몸이 그만 살라고 할 때까지 재미있게 살아보렵니다. 지금은 손자, 손녀들도 잘 자라주었고, 아들 딸들도 너무 훌륭하게 커주어서 행복합니다.
큰 아들은 등으로 키우고, 작은 아들은 가슴으로 키웠습니다. 두 딸은 빗방울 같은 나의 눈물을 닦아 냈습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자식 넷을 키워낸 억척스런 어머니! 자식들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자 첫사랑입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을 빼면 철없던 유년시절 그때가 생각납니다.
어머니!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어머니가 계셨기에 서로를 버티어주는 기둥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흘린 눈물 많큼 저희들은 열심히 살았고 어머니 허리가 굽은것 많큼 저희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어머니 저희들도 언젠가는 오늘 같은 여든이 되겠지요. 그러다가 그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겠지요. 어머니 저희들 잘 키워 주셨습니다. 어머니 이젠 편안하게 사세요.
어머니 손톱도 기르시고 메니큐어도 칠하시면서...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생각만 해도 눈물이 솟는 어머니 아버지는 먼저 우리곁을 떠났어도 어머니는 우리에게 사랑을 심어준 영원한 선물입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