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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여의도 남도수라 한정식 맛집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은 본업 외에도 수입을 얻기 위해서 건, 자아 실현을 위한 시간을 갖든지 한 두가지 일을 더하는 사람을 가리켜 'N잡러'라 일컫는다. N잡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긍정과 부정이 존재하지만 그건 당사자의 판단과 의지가 중요하지 외부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문제가 아니다. 나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가기 위해서 본업 외에도 사회, 정치, 환경, 취미생활 등 다방면으로 여러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

빠듯한 일정 가운데서도 건강도 챙겨야 하고 나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간과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진부한 얘기지만 "행복할 줄 아는 것이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는 말이있다. 삶이 고통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서도 무수히 많은 행복들이 오고간다. 그것을 보고,즐길 줄 알아야 한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가운데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여의도'라 이름 붙여진 곳에 '남도 수라한정식'집이 있다.

'수라'라는 뜻은 임금님에게 올리는 밥상을 말한다. 용의 여의주가 있는 곳에서 임금님이 되어 수라를 받아보는 것으로 작은 행복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샐러리맨들의 천국이라는 여의도에서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NCE 2001'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남도 수라한정식집이다.

한정식이라고 표방하고 있지만,점심시간에는 회사원들의 밥집으로, 저녁시간에서는 술 한잔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안주거리가 많아서 회식장소로 쓰이고 있다. 겨울에는 굴이 제철이다.계절음식을 잘 하는 남도 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굴전'이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해 굴의 씨알이 작다 하지만 이곳 굴전의 굴은 씨알이 제법 크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굴전이 입안에서 살캉하게 씹히면 향긋한 바다의 내음이 몰려오는 것 같다. 굴전 하나에 쓰디쓴 소주 한잔이 곁들여진다.

굴전의 뒤를 이어 꼬막요리가 식탁에 올라왔다.깊은 골이 패어있는 꼬막껍질은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가 나오고, 조개의 패각사이로 손톱을 넣어 비집고 들어가 어렵게 껍질을 까면 맛있는 꼬막살이 들어있는 것처럼 마치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꼬막 한점에 또 소주 한 잔이 들어간다. 소주가 비어질 때 쯤,갑오징어 숙회가올라왔다. 똑같은 생선이라도 잡히는 곳에 따라 맛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갯벌이 많은 곳이냐 아니면 동해안처럼 모래밭이냐에 따라 다르다. 이 미묘한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것이 두족류라 불리는 낙지종류다.

이 집의 수산물은 남도 고흥에서 공수된다. 남해안에서 잡히는 갑오징어는 바다목장이라고 부르는 수중식물 잘피가 많은 곳에서 주로 잡히는데 식감이 쫀득하고 단맛이 감도는 특징이다. 이어서 서대조림과 홍어삼합에 민어 맑은탕이 올라온다. 말이 필요가 없다."맛! 이걸로 게임끝이지" 그 한마디로 임금님의 행차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좋은 사람들과 고향을 생각하며 나누는 대화는 더욱 이야기꽃을 피우고, 식당밖 전깃줄은 용의 울움소리마냥 '슁슁'소리를 내며 여의도의 밤은 더 깊어간다. 삶이 물릴 때,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라는 독백은 나를 일으켜주는 작은 기쁨이 된다. 살아보니 살아지는 것이고,버티다 보니 이겨내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