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김선호 기자】 국가유산청은 지난 2021년부터 국가유산 멸실·훼손 대비 복원·재현 원형데이터 축적 및 문화사업 원천 콘텐츠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가지정·등록 국가유산을 대상으로 3D 기록화 사업을 하고 있다.

3D기록화 사업 예산은 매년 약 140억 원 수준으로, 국가유산청은 공개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울산과 경북·경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국가유산 33건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3D기록화 사업이 진행된 국가유산은 5건(15%)에 그치는 것으로 밝혀져 3D측량 기술이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 등 공공기관과 협업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국민의힘·대구 북구을)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대형 산불로 인해 전소 및 일부 소실 등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 가운데 3D기록화 사업이 완료된 국가유산은 의성 고운사 연수전·석조여래좌상(보물)과 청송 송소 고택·사남고택(민속문화유산), 영양 답곡리 만지송(천연기념물) 5건에 불과하다.

천년고찰인 보물 의성 고운사 가운루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로 알려진 안동 만휴정 원림은 국가지정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3D기록화가 구축돼 있지 않고, 피해를 입은 시도지정 유산 20건은 현재 3D기록화 사업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원형복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 원형의 온전한 보존관리에 있어 3D기록화 사업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했지만, 원형의 모습을 유지하며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2002년부터 축적해온 3D 스캔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3D기록화가 완료된 국가유산은 국보 328건 중 110건(34%), 보물 2013건 중 1150건(57%)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국보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과 금동아미타여래좌상, 불국사 삼층석탑 사리장엄구, 보물인 청자 상감연판문 매병, 서울 흥인지문과 창의문은 아직 3D기록화가 완료돼있지 않다.

때문에 지진과 산불, 홍수 등 예측이 어려운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국가유산의 멸실 및 훼손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시도지정 유산과 비지정유산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할뿐만 아니라 3D측량 기술력을 통해 국가유산 기록정보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LX공사 등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3D기록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수 의원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국가유산의 조속한 방재시스템 구축과 화재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국가유산청의 화재대응 매뉴얼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김승수 의원은 “한번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은 원형 그대로의 복원이 어려운 만큼 보다 구체적인 예방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최근 국가유산 훼손과 멸실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3D기록화 사업 예산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승수 의원은 이어 “국가지정·등록유산뿐만 아니라 시도지정 국가유산과 비지정 유산까지 단계적으로 사업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3D 정밀 측량기술로 전국 각지의 문화유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 등 공공기관과 함께 논의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