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선호 기자】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단순한 제도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생활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사회 인식의 근본적 변화 덕분이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여성 인권이 존중받는 문화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일부 여성 인권 단체에서는 여전히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며 지속적인 보호를 요구한다.
19세기 여성들이 교육 기회와 사회 진출의 길에서 제한을 받으며 억압받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를 현시대 정책에 과도하게 반영한다면, 또 다른 불균형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인권은 어느 한쪽의 권리만을 강조해서는 실현되지 않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의 권리가 균형 있게 존중받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더욱이 일부 여성 인권 담론에서 남성에 대한 적대감이나 혐오가 표출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현상이다.
현재 남성 세대는 과거 억압 구조와 무관하며, 성평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동반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의 여성 인권 논의에는 새로운 균형이 절실하다.
여성 인권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한 축이다.
따라서 인권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고, 서로 다른 의견도 배제하지 않는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보호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많다.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여성 장애인, 미성년자 미혼모 가정,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과 여성, 탈(반)동성애 등은 인권 보호가 시급한 대상이다.
여성 인권 담론이 이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지 못한다면, 그 본질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인천시 예산으로 열린 ‘여성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 준다.
해당영화제가 성소수자 관련 작품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성소수자 인권 역시 중요한 사회적 이슈임은 분명하다.
다만, 공공 행사가 특정 시각에만 치우치면, 이를 접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사회적 균형을 해칠 우려도 있다.
특히 교육적 가치와 인권 의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양한 삶의 시선을 균형 있게 담아내야 한다.
또 여성 인권을 내세우며 반대 의견에 ‘혐오’라는 낙인을 찍는 사회 분위기는 심각한 문제다.
차별을 반대하는 것이 반대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 이는 새로운 갈등과 역차별을 낳는다.
인권은 상호 존중과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해야 하며, 특정 집단만옳다는 논리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인권 운동은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닌, ‘모든 사람’의 권리를 위한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을 회복해야 한다.
여성 인권은 특정 정체성의 도구가 되기보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포용적 사회, 문화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