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지윤 기자】 “노을 아래, 맨발로 흙을 밟는 순간”
9월의 저녁, 다대포 해변은 평소와 달랐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신발을 벗고 백사장 위로 줄지어 나섰다. 발끝에 전해지는 모래의 차가움, 조용히 물러나는 파도의 감촉, 그리고 붉게 물든 다대포 노을. 누군가 “발끝에서 심장이 뛴다”는 말을 내뱉었고, 옆에서는 “이게 진짜 힐링이지”라는 웃음이 번졌다.
바로 이곳에서 부산시가 준비한 「2025 서부산 슈퍼어싱 네이처 페스티벌」이 막을 올린다. 맨발로 흙과 모래를 밟으며 자연과 연결되는 건강 활동, ‘어싱(earthing)’을 중심에 둔 국내 최초 대형 축제다.
맨발로 여는 축제의 막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9월 6일부터 7일까지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2025 서부산 슈퍼어싱 네이처 페스티벌」을 처음으로 연다.
이번 행사는 맨발로 흙과 모래, 잔디를 밟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어싱(earthing)’ 체험을 핵심으로, 다대포 해변의 매력을 알리고 서부산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개막식은 6일 저녁, ‘캔버스 위 풋프린팅’ 퍼포먼스로 시작해 개그맨 허경환과 참가자 3천여 명이 함께 체조를 하며 몸을 푼 뒤, 노을을 배경으로 한 이색 어싱 체험으로 이어진다.
낮과 밤, 전혀 다른 어싱 경험
축제는 낮과 밤, 각각의 시간대에 맞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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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헬스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챌린지 어싱’, LED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는 ‘사운드 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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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LED 우산을 들고 해변을 걷는 ‘별빛 어싱’, 다대포 노을과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의 특별한 감각
부대 행사도 풍성하다. 운동 정보를 나누는 ‘머슬비치’, 맨발로 음료를 즐기는 ‘비치바’, 페이스페인팅 체험 ‘스타일링존’, 퓨전국악 공연까지 발끝에서 마음까지 이어지는 다채로운 콘텐츠가 준비된다.
한국 사회의 ‘맨발 걷기 열풍’과 어싱 효과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맨발 걷기’가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신발을 벗고 흙과 모래를 직접 밟는 어싱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경험으로 인식된다.
전문가들은 어싱이 주는 효과를 이렇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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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완화: 지면과의 접촉이 교감신경을 안정시켜 긴장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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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개선: 몸의 전자 균형을 맞춰 숙면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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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강화: 염증 완화와 혈액순환 개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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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평온: 발끝으로 자연을 느끼며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경험.
부산대 보건학과 연구진은 “어싱은 현대 도시인들에게 부족했던 자연과의 연결감을 회복시켜준다”며 “정기적인 맨발 걷기는 정신적 안정과 신체 회복에 모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노을을 밟는 순간,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다대포 해변에 서면, 수평선 위로 지는 해와 함께 붉게 물든 모래가 발끝으로 전해진다. 한 참가자는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발바닥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맨발로 바람과 파도를 동시에 느끼니 마음이 맑아진다”고 했다.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단순히 해변을 걷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힐링되는 경험”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는 부산시가 이번 축제를 통해 의도한 **‘도심 속 웰니스 경험’**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시 정책에 대한 기대
부산시는 이번 축제를 계기로 서부산을 새로운 관광·웰니스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행정 관계자들은 “다대포 해변은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입지를 갖췄다. 맨발 걷기와 자연 체험을 접목한 이번 행사는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시민들 역시 “부산이 영화제뿐 아니라 웰니스 축제의 도시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앞으로 더 큰 축제로
「서부산 슈퍼어싱 네이처 페스티벌」은 올해 첫 시도지만, 이미 시민과 관광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맨발 걷기 열풍과 맞물려, 이 축제는 향후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 웰니스 축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시민 건강, 생태 보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발끝에서 시작된 치유의 경험이 부산을 세계적 웰니스 도시로 이끄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