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김지윤 기자】 “지긋이 앉아 계세요.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만 말씀해 주세요.”
강원도 원주의 한 연구실. 조용한 공간 안에서 김시원 교수는 먼저 환자의 걸음걸이와 자세를 천천히 살핀다. 만성 허리 통증으로 수년째 병원을 전전해 왔다는 A씨가 의자에 앉자, 김 교수는 허리와 골반 주변을 가볍게 눌러보며 통증이 집중되는 지점을 확인했다. 그 뒤 특별한 기구도, 복잡한 시술도 없이 오른손 손등의 아주 작은 부위를 찾아 길이 5mm 남짓한 검은색 칩을 종이 테이프로 살짝 붙였다.
“자, 이번에는 한 번 허리를 펴 보실까요.”
A씨는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숨을 고르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그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어, 이거… 아까랑 느낌이 달라요. 뻐근한 게 확 줄었는데요? 허리를 조금 더 펴도 괜찮아요.”
김시원 교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특별한 마술을 한 게 아닙니다. 몸의 에너지 패턴을 조금 정리해 드렸을 뿐이에요.”
“몸과 마음은 에너지의 패턴… 손등에서 ‘건강한 청사진’을 찾았다”
김 교수는 자신의 기법을 ‘퀀텀반사요법(Quantum Reflex Therapy·QRT)’이라고 부른다. 2017년 국내 전문 미용·테라피 잡지에 처음 소개된 ‘수배반사요법(BHRT)’을 기반으로, 이후 후경부 통증 케어와 양자 개념을 접목하며 발전시킨 방식이다.
그의 관점에서 인간의 몸과 감정, 통증과 각종 증상은 모두 하나의 ‘에너지 정보’다. 건강할 때는 이 정보들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지만, 스트레스와 외상, 잘못된 자세, 장기간의 피로가 누적되면 패턴이 흐트러지고 통증이나 기능 저하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인종과 국적,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마다 간·위·신장 같은 장기는 공통적으로 건강한 에너지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 ‘건강한 청사진’을 손등의 반사구역에서 찾아냈다고 생각해요. 이 패턴을 칩에 담아 손등 특정 포인트에 부착하면, 무너진 패턴이 점차 안정되면서 몸이 스스로 균형을 되찾는 과정을 돕게 됩니다.”
그가 사용하는 작은 칩은 의료기기가 아닌, 손등 반사구역을 자극하기 위한 보조 도구다. 김 교수는 “실제 작용은 칩 자체가 아니라, 손등 반사구역을 통해 뇌와 후경부, 나아가 전신의 에너지 흐름을 재조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한다.
1만 명 임상 경험에서 나온 ‘3초의 체험’
김시원 교수의 연구실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만성 통증과 기능 저하로 지친 사람들이다. 어깨 결림과 두통, 컴퓨터 작업으로 인한 목·승모근 긴장, 오래된 허리 통증, 소화불량과 만성 피로, 수면 장애까지 증상도 다양하다.
김 교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에스테틱 샵, 교육 현장, 개인 연구실을 거치며 약 1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직접 관리했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마사지나 피부 관리뿐 아니라, 손등과 후경부 반사구역을 활용한 통증 완화 세션을 통해 축적한 경험치다.
“처음에는 ‘설마 이게 될까?’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항상 먼저 통증이 있는 부위를 직접 눌러 통증 정도를 확인한 뒤, 손등에 칩을 붙이고 다시 눌러보게 합니다. 그 순간 표정이 바뀌는 분들이 있죠. 모든 사례가 드라마틱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 안에 몸이 가벼워졌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저 스스로도 더 깊이 연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소화불량과 속쓰림을 호소하는 B씨가 연구실을 찾았다. 김 교수는 평소 식습관과 수면 패턴을 묻고, 배를 가볍게 눌러 “위장 기능이 상당히 저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왼손 손등의 한 지점을 찾아 퀀텀칩을 부착했다.
“3초만 기다려 볼게요.”
잠시 후 김 교수가 다시 복부를 눌렀을 때 B씨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눌리니까 속이 콕콕 쑤셨는데, 지금은 눌려도 괜찮아요. 막혀 있던 게 조금 풀린 느낌이에요.”
이 같은 체험이 쌓이면서 김 교수의 이름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테라피스트와 미용·뷰티 종사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강의에는 이미 수천 명의 현장 종사자들이 다녀갔고, 지금도 주말마다 강원·수도권은 물론 지방 도시에서 교육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중의학 전공, 대학 강단과 현장을 오가는 ‘테라피스트 교·연결자’
김시원 교수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중국의 한 중의학 관련 대학에서 중의학을 전공하며 경락과 경혈, 해부학과 생리학, 병리학을 두루 배웠다. 귀국 후에는 피부미용과 테라피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대학과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국내 전문지에는 이미 ‘수배반사요법(BHRT)’과 ‘QRT를 이용한 실전 통증 조절 기법’ 같은 제목으로 그의 글이 여러 차례 실렸다. 잡지에서 그는 현대인들이 장시간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잘못된 자세로 인해 후경부와 어깨 주변에 통증을 호소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손과 후경부 반사구역을 활용한 관리법을 소개해 왔다.
“중의학의 경락 개념과 현대 해부학, 여기에 양자역학의 몇 가지 개념을 접목해 사람의 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론만 강조하는 것도, 현장 경험만 내세우는 것도 아니라, 둘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연구실과 강의실, 현장을 계속 오가고 있습니다.”
그가 교육 현장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누구나 배워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관리법’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김 교수의 강의를 들은 테라피스트들은 “기존 테이핑 요법이나 마사지로 해결되지 않던 부분에서 새로운 접근을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행위가 아닌 보완 관리… 병원 진료 대신할 수 없다”
통증 완화와 건강 관리와 관련된 분야는 늘 의료법과 맞닿아 있다. 김시원 교수 또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방법을 일관되게 ‘보완적 관리법’으로 설명하며, 의료행위와의 선을 분명히 긋는다.
“제가 하는 일은 병을 진단하거나,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결정하는 의료행위가 아닙니다. 이미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이 일상에서 조금 더 편안함을 느끼도록 돕는, 말 그대로 보완적인 접근입니다. 어떤 경우든 병원 진료와 약물 치료를 절대 대신할 수 없고, 증상이 심할 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어요.”
그는 세션을 진행할 때도 “기존 치료를 중단하지 말 것”, “심각한 통증이나 급성 증상이 있을 경우 우선 병원 진료를 받을 것” 등을 기본 원칙으로 안내한다. 김 교수 스스로도 “지금 이 단계에서 퀀텀반사요법을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된 치료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다만 수년간의 임상 경험과 1만 명 이상에게서 관찰한 체험적 결과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다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검증 향한 다음 과제… “데이터로 말하는 대체요법 만들고 싶다”
김 교수의 다음 목표는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이다. 그는 현재 각 세션마다 통증의 정도와 불편감, 수면, 소화 상태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후기가 아니라, 일정 기간에 걸친 변화 추이를 수치화해 학계와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받아 보니 좋더라’는 체험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느 부위 통증에 어느 포인트를 얼마 동안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변화를 보였는지 좀 더 정량적인 자료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외 의학·물리학·심리학 연구자들과 협력해 객관적인 검증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이런 대체요법이 환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심어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통증과 불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하나 더 제시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현대의학이 담당해야 할 영역은 분명합니다. 저는 그 영역을 침범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아도 여전히 불편감이 남아 있는 분들에게, 몸이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돕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안하고 싶은 겁니다.”
“통증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길”
김시원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는 중의학 교과서와 인체 해부도, 경락도, 그리고 양자역학 입문서가 뒤섞여 꽂혀 있다. 책상 위에는 손등 반사구역 그림과 후경부 근육 구조 그림이 나란히 놓여 있다. 한쪽 벽에는 그동안 교육을 다녀간 수백 명의 테라피스트들이 남긴 짧은 메시지가 붙어 있다.
“통증 때문에 일을 그만두려 했는데 다시 버틸 힘이 생겼다”, “수년째 지속되던 어깨 결림이 한결 편해졌다”…. 김 교수는 이런 손편지를 볼 때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아픈 사람은 이미 충분히 힘듭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당장 완치’라는 말을 쉽게 꺼내고 싶지 않아요. 대신, 조금이라도 덜 아픈 하루를 만드는 데 제 기술이 보탬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통증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 그게 제가 퀀텀반사요법을 계속 연구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 바람은 통증에서 해방된 세대, 그들을 이끌 후학을 남기는 것”
김시원 교수의 바람은 결국 사람이다. 그는 “제가 평생 쌓아온 임상 경험과 기술을 혼자 간직하고 싶지 않다”며 “통증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테라피스트, 그리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건네줄 후학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데 남은 시간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통증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날 때, 비로소 제가 걸어온 길의 의미도 완성될 것”이라고 조용히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