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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클래식의 든든한 자산… 차세대 피아니스트 윤예지의 성공적인 비상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 큰 찬사속 성료
빈틈없는 테크닉과 깊은 서정성으로 관객 매료
스칼라티의 정갈함부터 라벨의 파격 까지...
독일 바이마르의 정통성, 부산에 뿌리내리다"

【우리일보 김지윤 기자】 12월의 매서운 추위도 고향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를 향한 관객들의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19일 저녁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은 피아니스트 윤예지의 귀국 독주회를 찾은 음악 애호가들로 북적였다. 독일 프란츠 리스트 바이마르 국립음대에서 최고 과정을 마치고 금의환향한 그는, 이날 무대에서 학구적인 해석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동시에 쏟아내며 자신이 왜 '부산이 주목해야 할 차세대 피아니스트'인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공연의 문을 연 도메니코 스칼라티(D. Scarlatti)의 소나타는 윤예지의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주는 전초전이었다. 그는 바로크 건반 음악 특유의 명료한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피아노가 가진 풍부한 울림을 적절히 배합해 정갈하면서도 따뜻한 오프닝을 선사했다. 이어진 하이든(J. Haydn)의 소나타에서는 고전주의 형식미 속에 숨겨진 위트와 생동감을 섬세한 타건으로 살려내며 객석의 몰입도를 높였다.

 

1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모리스 라벨(M. Ravel)의 '라 발스(La Valse)'였다. 오케스트라 버전을 피아노 독주로 편곡한 이 난곡(難曲)에서 윤예지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왈츠의 우아한 리듬이 점차 붕괴하며 광기 어린 소용돌이로 치닫는 과정을 그는 흔들림 없는 테크닉과 다채로운 음색으로 그려냈다. 마치 건반 위에서 오케스트라가 춤을 추는 듯한 압도적인 음향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2부를 장식한 쇼팽(F. Chopin)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은 윤예지가 지닌 '낭만성'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쇼팽 만년의 걸작으로 불리는 이 대곡에서 그는 화려한 기교를 넘어선 진솔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특히 3악장 라르고(Largo)에서는 긴 호흡의 프레이징으로 깊은 슬픔과 위로를 건네며 공연장을 서정적인 시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마지막 4악장의 피날레가 끝나는 순간, 객석에서는 "브라보" 환호와 함께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한 지역 음악계 인사는 "독일 유학을 통해 다져진 구조적인 해석력에 연주자 특유의 감수성이 더해져 매우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며 "특히 라벨과 쇼팽을 오가는 레퍼토리 소화력에서 그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성공적으로 독주회를 마친 윤예지는 앙코르 무대로 화답하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고향인 부산에서 저만의 음악적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어 벅찬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솔리스트 활동뿐만 아니라 앙상블 '클라피어(KLA4IER)' 멤버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지역 관객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이마르에서 깊어진 음악의 향기를 품고 돌아온 윤예지. 그의 귀국은 부산 클래식 음악계에 든든한 자산이 하나 더 늘어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앞으로 그가 써 내려갈 음악적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