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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의원 “제주 4·3 왜곡 발언에 강력 대응”

“제주는 기억합니다. 그리고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일보 노연숙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김기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갑)은 2025년 6월 2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439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5분발언을 통해 최근 제기된 제주4·3 왜곡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정치가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김기환 의원은 “제주4·3을 김일성의 지시로 일어난 폭동이라고 말한 정치인의 발언은 역사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아픔을 견디며 살아온 이들에 대한 깊은 모욕”이라며, “그 어떤 이유로도 이 땅의 고통을 폄훼하거나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4·3의 진실은 이미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으며, 법률로 책임을 다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그 모든 시간과 노력을 ‘왜곡’이라 치부하는 것은 다시금 유족들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형태의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했다.

 

김기환 의원은 5분발언 말미, 유족과 도민들을 향해 직접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 누구도 다시는 당신들을 부정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그 고통이 헛되지 않았음을 정치가 증명하겠습니다.”

 

이어서 김기환 의원은 도의회가 도민의 뜻을 정확히 반영해 4·3 왜곡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규탄 결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뜻과 함께, 공직사회와 교육현장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한 교육 강화를 촉구할 계획임을 밝혔다.

 

 

※ 첨부 : 김기환의원 5분발언 전문

 


존경하는 이상봉 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님 여러분,
그리고 70여년의 긴 침묵 속에서도 묵묵히 견디며 진실을 지켜오신 4·3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

 

이 자리에서 저는 깊은 책임감과 아픔을 안고 발언을 시작합니다.
얼마 전, 제주에서 열린 한 보수 정당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정치인이 믿기 어려운 말을 했습니다.

 

제주4·3을 김일성이 지시한 폭동이라 규정하고, 국가가 수년간 밝혀온 진상규명을 왜곡이라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역사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고통을 살아낸 사람들에 대한 무례이자, 고의적 망언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말, 정치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주4·3은 폭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가를 향해 울부짖던 이들의 목소리를 짓밟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학교 앞에서 가족을 잃었고,
누군가는 굴속에서 이름조차 부르지 못한 채 자식을 묻었습니다.

 

그들의 삶은 이념도, 정치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 평범한 가족,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이 땅의 아픔 위에서 살아가는 유족들에게 또다시 "당신들은 폭도였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 발언이 무엇을 무너뜨리는지, 그들은 정말 알고 있는 걸까요?

 

2003년, 노무현정부 당시 국가는 제주4·3의 진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고,
2005년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며, 2021년 전부개정으로 형사보상과 배상이 가능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의 잘못임을 인정하며 유족 앞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 모든 시간들이 ‘왜곡’이었다면, 지금 이 나라는 무엇을 위해 사과했단 말입니까?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말합니다.
그러나 4·3 유족과 제주도민은 그 존엄을 수십 년 동안 부정당한 채 살아왔습니다.

 

이제 겨우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이 정의 앞에, 다시 한 번 차가운 말로 칼을 들이대는 것은 또 다른 국가폭력의 시작입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여러분, 제주는 기억합니다.
그 기억은 가슴 속에 묻은 가족의 이름을 지운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는 끝내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오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4·3을 왜곡하고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어떤 시도도, 이 도민의 집단 기억과 연대 앞에서 결코 설 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도의회가 도민의 뜻을 대변하고 잘못된 발언을 규탄결의를 하고,
공직자와 학생 모두에게 진실을 교육하며,
4·3의 명예를 지켜온 유족들에게 국가의 책임과 존중을 실천해 주십시오.

 

정치는 진실 앞에서 겸손해야 합니다.
저는 4·3 유족 어르신들께 말씀드립니다.

 

“그 누구도 다시는 당신들을 부정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그 고통이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우리가 증명하겠습니다.”
“당신의 기억 위에, 이 땅의 정의를 세우겠습니다.”

 

제주는 잊지 않습니다.
제주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제주는, 끝까지 진실을 지켜낼 것입니다.

 

진실은 침묵 속에서도 언젠가는 다시 말을 걸고, 기억은 세월이 지나도 결국 역사를 바로 세웁니다.
그 길 위에 우리가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에 서 있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4·3은 과거의 비극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이 아픔의 역사 위에 연대의 다리를 놓고, 그 다리 위에서 다시는 누구도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몫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도의회가 그 다리의 기둥이 되도록 부끄럽지 않은 목소리로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