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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이전 백지화 논란, 동남권투자공사로 대체…부산 민심 술렁

정부, 산은 부산 이전 대신 투자공사 설립 강행
박형준 시장 “325만 시민 염원 짓밟았다”
균형발전 공약 파기 논란 전국 확산 불가피
부산 산업계 “반쪽짜리 대안으론 미래 없다”
시민사회 “산업은행 이전이 진짜 해법” 목소리

【우리일보 김지윤 기자】 정부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식적으로 백지화하고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지역사회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시는 즉각 반발하며 “325만 시민의 오랜 염원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반쪽짜리 대안”이라는 여론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노무현 정부 시절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으로 추진된 과제였다. 부산은 금융 허브를 기반으로 한 산업 전환과 신산업 육성을 기대하며 산은 이전을 줄곧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투자공사 설립은 “근본적 해법이 아닌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미 실패한 모델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과거 정책금융공사의 한계를 지적하며 “투자공사는 초기 자금 조달 규모가 작고, 정책자금 지원에도 제약이 크다. 지역 산업을 키우기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에서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산업은행 이전이 되어야 청년 일자리와 기업 투자가 늘어난다”며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균형발전은 국가적 약속인데, 이번 결정은 부산을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부에서는 “투자공사라도 지역 투자를 촉진하는 시작점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역 산업계는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AI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이던 기업들이 산은 이전을 전제로 움직여왔던 만큼, 이번 결정은 기업 유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부산 경제계 한 관계자는 “투자공사로는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이 대통령 공약 파기 논란으로 번지면서 전국적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부산시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산은 이전 필요성을 재차 제기할 계획이다.

 

 

■ 박형준 부산시장 입장문(전문)
부산광역시 박형준 시장은 1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부산시민은 날림 부실 금융기관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이 아닌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원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백지화하고 동남권산업투자공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동남권투자은행도 아니고 동남권투자공사입니다.

 

이것은 부산 시민의 오랜 여망을 팽개치는 처사입니다. 한마디로 사탕발림으로 지역발전의 근원적 해결책을 외면하는 결정입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오랜 기간 부산의 염원이었습니다. 민주당도 함께 추진하던 정책이고 부산 민주당이 앞장 섰던 정책입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정략적인 이유로 외면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실현되었을 정책입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의 산업구조 전환과 신산업 육성에 메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산업은행이 이전되면 AI데이터센터 등 지역에 투자하겠다는 빅테크 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산은 이전 대신 ‘동남투자은행’을 공약했습니다. 저는 산은 이전을 백지화하고 동남투자은행을 만드는 것은 “고래를 참치와 바꾸는 격”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국무회의에서는 동남투자은행도 아닌 동남권투자공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대통령 공약 파기이자,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투자공사 형태는 과거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미 실패한 모델입니다. 정부가 신속한 재원 마련을 이유로 투자공사를 택했다고는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초기 출자 및 제한적 사채 중심이어서 자금 조달 규모와 탄력성에서 산은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둘째, 출자·사채·펀드 조성 등 간접 조달 중심이어서 정책자금의 지원은 크게 제약되고, 민간자금의 직접 유치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셋째, 기존 금융기관과의 기능 중복이나 비효율이 발생할 때 재통합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넷째, 주무 부처 위주의 관리감독으로 고위험·부실 위험 가능성이 큽니다.
다섯째, 수익 위주의 투자로 지역기업들의 접근성이 미흡하고 지역 파급효과에 한계가 있습니다. 과거 정책금융공사도 그래서 실패했습니다.

 

부산시가 이미 정부에 계속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산은 이전이 아니라면 그에 버금가는 역할을 할 투자은행이어야 함을 강조했음에도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습니다.

 

이미 실패한 적이 있고 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모델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밥상은 못차리겠으니 떡이나 하나 먹고 떨어지라는 것입니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 국가균형발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고 했습니다. 산은 부산 이전을 백지화한데 이어 투자은행조차 아닌 투자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과연 이러한 발언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325만 부산시민은 날림 부실 금융기관을 원치 않습니다. 산업은행 이전을 원합니다. 투자공사는 산업은행 이전과 함께 쓸 수 있는 보조수단일 뿐이라는 것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부산광역시장 박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