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은기 기자】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여성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세계여성평화그룹(IWPG)은 지난 9월 19일 충북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2025 세계여성평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갈등을 넘어, 희망과 회복을 향한 여성의 평화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여성 리더 800여 명이 참석해 지속 가능한 평화 실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현재 분쟁을 겪고 있거나 경험한 지역의 핵심 여성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해 주목받았다.
콘퍼런스 1부에서는 분쟁 상황에서 여성 리더십이 평화 구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리비아의 아이샤 알 마흐디 샬라비 국회의원은 기조연설을 통해 전쟁 속에서도 희망과 회복을 모색하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말리 전 장관인 빈투 푸네 바우아헤 사마케는 여성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회복과 전환을 이끄는 핵심 리더임을 역설했다. 또한, 벨리즈의 킴 심플리스 전 영부인은 포용적 리더십으로서의 여성 리더십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조명했다.

이론적인 논의를 넘어, 실제로 현장에서 여성들이 공동체를 변화시킨 구체적인 사례들도 소개되었다.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을 평화의 터전으로 바꾼 마리아 테레사 로요 팀볼 부시장의 경험담, 그리고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을 통해 평화와 인권을 확장시킨 몽골 부조 락슈미 환경기후변화부 성평등 자문관의 발표가 이어졌다. 네덜란드 루스 알메다 리차드슨 국제자유주의여성네트워크 사무총장은 기후위기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 여성 리더십이 어떻게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정책을 만드는지 분석하며 공감을 얻었다.
콘퍼런스 후반부는 평화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도화와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맘푸라네 캐론 크고모 외교부 국장은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PCW)'을 중심으로 여성의 참여가 평화 법제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IWPG 평화위원장인 이해령 탈북민 희망클럽 재무이사는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오후에 열린 '여성평화교육 세션'에서는 코트디부아르와 예멘 등 분쟁 지역에서 IWPG 여성평화교육이 실제 적용된 사례들이 소개됐다. 특히, 몽골 국군공군사령부의 르학바수렝 냠체첵 의료보급 장교는 군대 내 평화교육 도입 사례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콘퍼런스 직후에는 '평화가족 워크숍'이 별도로 진행되어 평화위원장, 홍보대사, 해외 지부장 등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평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했다. 미얀마, 몽골,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의 평화 활동가들이 참여해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한편, 콘퍼런스와 연계하여 '제7회 평화사랑 그림그리기 국제대회' 본선 심사와 함께 외국 귀빈들을 위한 '평화문화 라운지'가 운영되어 한국 전통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전나영 IWPG 대표는 "평화를 위해 연대하고 행동해온 전 세계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뜻깊은 논의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