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이진희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서초 르니드 오피스텔'을 둘러싼 시행사 및 채권단과 입주민들 간의 점유 및 퇴거 갈등이 사설 용역 투입으로 인해 격화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사설 용역들의 강제적인 행동과 주거 침입, 단전 조치 등에 대해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를 지적하며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주식회사 에스엔에이치씨(시행사)가 서초동에 시행한 이 사건 오피스텔은 지하 1층~2층 상가와 156실 규모로 지어졌으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40여 개 호실만 분양되고 116개 호실과 상가는 공실로 남았다. 실 분양 세대의 대금만으로는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빌린 공사비 1,500억 원을 충당할 수 없게 되자, 메리츠증권은 시행사를 압박하며 공매 절차를 서둘렀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의 공동대표였던 A 씨가 신탁사와 공모해 100억 원 감정가의 2층 상가 전체를 단 25억 원에 측근에게 매각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시행사의 회장 B 씨는 A 씨를 해임하고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등 내부 갈등이 심화됐다.
이에 시행사 A 회장은 자신의 재산상 손해를 우려해 평소 지인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관리 업무를 위탁했고, 관리 수탁자들은 공실 상가와 일부 오피스텔 호실에 점유를 개시하며 임시 거주하기 시작했다. 현재 오피스텔에는 실제 분양받은 30세대를 포함해 임직원, 채권자 등 다양한 법률관계로 인해 약 40세대가 입주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 대신, A 씨 측은 '르니드오피스텔 관리단'이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지난 2025년 9월 20일부터 사설 용역 수십 명을 고용해 오피스텔에 투입했다. 이들은 관리실을 강제로 점거하고, 주민들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하며 검문하는가 하면, 승강기를 폐쇄하고 신분을 확인해야만 개문해주는 등의 강압적인 행태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설 용역들은 주민이 거주하는 각 호실에 무단 침입해 "빨리 퇴거하라"고 협박하고, 거주자들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막는 등 불법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9월 29일부터 등록되지 않은 세대라는 이유로 40여 가구에 대해 전기를 일방적으로 차단한 행위이다. 이로 인해 거주민들은 냉장고 속 음식물이 썩는 피해는 물론, 노모가 암흑 속에서 넘어져 실신하는 응급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112에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관들은 "민사 문제"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범법 행위를 제지하거나 체포하지 않고 돌아가 용역들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C 씨, D 씨, E 씨 등에 대한 사건 사례를 보면, 용역들의 주거 침입이나 승강기 운행 방해 등의 명백한 형사 범죄 정황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범죄 혐의자를 체포하거나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도리어 피해자에게 거주 권리를 캐물으며 직무를 태만히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C 씨는 승강기 사용을 막는 용역들의 방해 행위로 심장 혈압이 상승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경찰은 초기에는 수사 포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고통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결국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시위를 시작하게 됐다.
본지는 10월20일 서초경찰서 경무계와 범예방과와 서이파출소에 담당자와 통화에서 출동은 맞지만 정보관련 사항은 정보공개를 통해 청구하라는 답변을 내놨다.
주민들은 법치국가에서 국민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사법부에 있으며, 거주민이 불법 거주자인지 여부는 민사소송을 통해 법원이 판단하고 강제 집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사설 용역을 투입하여 개인이 직접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깡패 공화국'적인 발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단전 조치, 주거 침입, 검문 등의 조직적인 불법 행위를 자행한 사설 용역들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신속히 검거하고 수뇌부를 색출하여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거주를 빼앗긴 주민들의 항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서초 르니드 오피스텔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