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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공항에 ‘법적 권한’ 없는 책임까지 물어서야 되겠는가 ?

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리딩 공항’이다. 공항 서비스 평가 12년 연속 1위라는 금자탑은 현장의 수많은 전문가가 24시간 헌신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대통령의 질타는 현장의 실상을 간과한 채 공항 전문가들을 ‘무능한 집단’으로 몰아세운 감이 없지 않아 우려스럽다.

 

특히 논란이 된 ‘책갈피 속 달러 밀반출’ 문제는 행정의 기본 원칙인 법적 권한과 책임 소재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화 불법 반출 단속의 법적 주체는 관세청이지 인천공항공사가 아니다. 현행법상 공사의 보안검색은 폭발물이나 무기 등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위해물품’ 차단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인천공항이 그간 외화 밀반출을 적발해 온 것은 관세청과 맺은 업무협약(MOU)에 따른 ‘선의의 협조’였다. 법령에 따라 업무를 강제로 맡기는 ‘위탁’이 아닌, 기관 간의 자율적 ‘협업’ 관계인 것이다. 법적 권한도 없는 공사가 국민의 사유 재산인 수하물을 낱낱이 뒤져 지폐 한 장까지 찾아내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법치 행정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만약 이를 위해 대통령이 언급한 ‘100% 수하물 개장 검색’을 강행한다면, 공항은 즉시 마비될 것이며 그로 인한 국민적 불편과 국가적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수주 건에 대한 지적 역시 아쉽다. 해외 공항 사업은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중대 사안이다. 아직 입찰 공고(RFP)조차 나오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수억 원의 예산이 드는 정밀 수요조사를 미리 시행하지 않았다고 질책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 절차를 무시하는 처사다. 인천공항은 그간 기술 점수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K-공항의 영토를 넓혀온 베테랑이다. 입찰 공고 이후 철저한 타당성 분석을 거쳐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경영의 정석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모든 세세한 행정 절차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에 참모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관계에 입각해 법적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보고하고, 현장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전달했어야 했다.

 

인천공항의 전문가들은 ‘써준 것만 읽는’ 무능한 집단이 아니다. 국익을 위해 세계와 경쟁하는 국가 자산이다. 근거 없는 힐난은 사기를 꺾을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된 행정 지시로 이어져 공항 운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각 기관의 법적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과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