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 평】어제 JTBC 보도를 통해 드러난 '아내·여친 능욕 사이트'의 실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디지털 성폭력의 거대한 카르텔 속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6월 개설된 이후 불과 3년 만에 54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60만 건의 범죄물을 축적했다는 사실은 경악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 현황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 여성들의 비명이다. 2022년 이후 딥페이크와 지인 능욕 범죄가 수십 배 폭증하고 있는 동안 정부와 수사 기관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
54만 명이 가입한 능욕 사이트가 3년 동안 활개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수사 당국이 '해외 서버'와 '가상화폐'라는 장벽 앞에 무기력했고,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통신위원회)는 정쟁으로 인해 심의조차 중단하며 피해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구속률 4%라는 처참한 수치는 범죄자들에게 확신범이 될 기회를 제공했다.
이제 더 이상 '검토하겠다', '근절하겠다'는 빈말은 통하지 않는다. 폭력이 가상화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이 되는 이 반인륜적 경제 구조를 완전히 파괴하라. 국가가 범죄 수익을 몰수하고 가해자를 일벌백계하지 않는다면, 이 통계의 숫자는 앞으로도 국가의 무능과 공모를 증명하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까지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수차례 약속했으나, 그 약속은 한낱 실언에 불과했음이 증명되었다. 사건이 보도될 때만 잠시 수사하는 척하다 이내 방관해온 수사당국과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가 54만 명이라는 거대 범죄 집단을 양성한 것이다. 수만 명의 여성이 일상에서 도둑맞은 권리를 외면하는 사이, 범죄는 해외 서버 뒤에서 더 가학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화했다.
폭력이 수익이 되는 구조를 차단하지 않는 한 디지털 성범죄는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해당 사이트가 가상화폐를 도구 삼아 범죄 수익을 창출하고 세탁해온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기술적 한계를 핑계로 가상화폐를 통한 범죄 자금 흐름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범죄의 돈줄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범죄 수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이 진정한 사법 정의다. 기술은 발전하고 범죄는 지능화되는데, 우리의 법과 제도는 여전히 그 뒤를 쫓기 급급하다. 54만 명이 가입한 능욕 사이트가 3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수익 구조가 견고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순히 '삭제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돈이 되는 범죄'를 차단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시간 공조 체계를 구축하여 범죄 자금의 입출금을 즉각 동결하고, 몰수한 수익은 피해자 회복 지원금으로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사당국은 해외 서버라는 핑계를 버리고, 국제 사법 공조 역량을 강화하여 운영자의 자산을 끝까지 추적하라. 범죄자의 지갑을 털지 못하는 수사는 실패한 수사이며, 폭력으로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만이 54만 명의 가담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고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정부와 수사당국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정부는 실언을 멈추고 2022년부터 이어진 이 반인륜적 사이트의 운영진 및 적극 가담자 전원을 즉각 추적·검거하라.
둘,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강력한 공조를 통해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하고 몰수하여 '폭력이 돈이 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라.
셋,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역외 사업자와 해외 서버를 핑계 삼지 말고 실질적인 폐쇄 및 차단 대책을 마련하라.
여성의 신체와 일상을 제물 삼아 배를 불리는 카르텔을 해체하는 것만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길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해결 과정을 끝까지 감시하며 책임을 물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