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인천=이진희 기자】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일대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오피스텔 건설 사업을 진행하던 한 중소 건설사가 인천시의 갑작스러운 행정 결정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지자체의 허가를 믿고 수백억 원을 투입한 사업자가 행정의 '변심'으로 인해 길거리에 나앉게 된 상황이라 '신뢰보호 원칙' 위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29일 미추홀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A 건설사는 지난 2022년 주안동 미추5구역 내 상업부지(1,200㎡)를 매입했다. 이후 2023년 9월 미추홀구청으로부터 80세대 규모의 오피스텔 건축허가를 취득해 정상적인 사업 궤도에 올랐다.
A 건설사는 공공 기여 및 사업 안정성 확보를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매입임대주택' 사업 약정까지 체결했다. 올해 3월 총사업비 247억 원(토지비 69억 원, 공사비 178억 원) 규모의 본공사에 착공, 흙막이 말뚝공사 등 기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인천시 건축심의위원회가 해당 부지를 포함한 '주안2·4동 일원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고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번 고시로 기존 상업지역이었던 부지 용도가 일반 3종 주거지역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사업성이 전면 부정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A 건설사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토지 용도 변경에 따른 재산권 침해는 물론, 기존 사업 계획이 무력화되면서 LH로부터 매입 약정 취소 통보를 받았다. 금융권의 공사비 대출이 막히고 기존 토지 금융 비용 상환 압박까지 거세지며 사실상 부도 직전에 몰린 상태다.
특히 해당 부지는 지난 2018년 이미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됐던 곳이다. 건설사 측은 "행정청이 해제했던 구역을 다시 지정하면서, 적법하게 공사 중인 사업자와 단 한 차례의 사전 협의나 의견 수렴도 없었다"며 "정부 정책과 구청의 허가를 믿고 투자한 247억 원이 한순간에 매몰비용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이번 인천시의 처분이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사업자가 행정기관의 허가를 신뢰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면 이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이익"이라며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민간의 희생이 과도하다면 비례의 원칙 위반 소지가 다분하며, 행정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인천시의 '탁상행정'이 민간 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향후 피해 보상 및 구제책 마련을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