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김지윤 기자】 부산 남구 용호동, 문을 열고 들어서면 거대한 2층 버스가 나타나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행기 동체와 입국 심사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테마파크가 아니다. 이곳은 최근 부산 학부모들 사이에서 '작은 지구촌'이라 불리는 영어 교육 기관, '파인슐레 메트로'다.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항공 안전 교육과 실전 서바이벌 영어를 결합한 이곳의 독창적인 커리큘럼이 '글로벌 인재 양성'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 "비상 상황, 영어로 대처한다"... 실제 기내서 배우는 안전 교육
파인슐레 메트로의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인 시설을 활용한 '안전(Safety) 몰입 교육'이다. 실제 여객기 내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실습실에서 아이들은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원어민 교사의 지도 아래 비상시 대처 요령을 배운다.
수업은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식이 아니다. "Fasten your seatbelt(안전벨트를 착용하세요)", "Put on your oxygen mask(산소마스크를 쓰세요)" 등 긴급 상황에서 필수적인 지시 사항을 영어로 듣고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훈련을 반복한다.
학원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시대에 기내 안전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실제와 동일한 환경에서 영어로 안전 수칙을 체득하게(Embodied Learning) 한다"고 설명했다.

◇ "부모님 대신 입국 심사 척척"... 강의실 밖에서 증명된 실력
이러한 현장 중심 교육의 성과는 실제 해외여행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 다니는 한 원생(6세)이 가족과 떠난 해외여행 공항 입국 심사대(Immigration)에서 영어가 서툰 부모님을 대신해 통역사 역할을 해낸 일화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당시 까다롭기로 소문난 입국 심사관이 방문 목적을 묻자, 부모님이 머뭇거리는 사이 아이가 나서 "We are here for sightseeing(관광하러 왔어요)", "We will stay for 5 days(5일간 머물 거예요)"라고 또박또박 답변해 무사히 통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파인슐레 메트로 내부에 설치된 모의 입국 심사대에서 제복을 입은 원어민 기장과 매주 진행하는 '롤플레잉(Role-playing)' 수업 덕분이다. 여권을 제시하고 도장을 받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아이들은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장착하게 된다.
◇ 영어 잘하는 아이? '세계를 이끌 아이'로 키운다
파인슐레 메트로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단순히 시험 점수가 높은 아이가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주눅 들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세계 지도와 각국의 문화를 배우는 이론 수업과 쇼핑, 탑승, 안전 교육 등 체험 활동이 결합된 입체적인 교육 방식은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준다. 부산 남구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이곳에 다닌 후부터 영어를 공부가 아닌 '생활'로 받아들인다"며 "무엇보다 낯선 외국인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 교육의 본질: "경쟁 아닌 협력... 인성 갖춘 리더 길러내야"
인터뷰 말미, 최 원장이 가장 힘주어 말한 것은 의외로 '영어'가 아닌 '인성(人性)'이었다. 사회적으로 '영어 잘하는 아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그는 '따뜻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영어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배우고, 감성 지능을 키우는 융합 교육을 지향합니다. 실력만 좋은 엘리트가 아니라, 인성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학생 개개인을 위한 1:1 맞춤형 관리와 진심 어린 사랑. 편견을 실력으로 증명해 보인 파인슐레 메트로 최은채 원장의 실험은 부산 영어 교육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파인슐레 메트로 원생들이 실제 항공기를 재현한 실습실에서 안전 수칙 교육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영어 회화를 넘어, 기내 안전 행동 요령을 영어로 익히며 위기 대처 능력을 함께 기른다.
◇ 실력과 흥미의 균형: "입시 영어와 비판적 사고, 둘 다 놓치지 않아"
하지만 '재미'만 좇다 보면 '학습'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학부모들의 또 다른 우려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초등 고학년이 되면 입시 위주의 문법과 암기 위주로 돌아서며 아이들이 영어를 '짐'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파인슐레는 Test Prep(시험 대비)과 내신 관리 등 최상위 과정을 철저히 제공하되, 정독과 다독을 병행한 리딩 활동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즐거움으로 문을 열되, 탄탄한 실력으로 입시까지 연결하는 '균형 감각'이 파인슐레의 핵심 경쟁력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