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이진희 기자】지방의회의 투명성과 도덕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에 인천 지역의 한 구의원이 인터넷 언론사 기자를 겸직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려스럽다. 해당 의원은 법적 절차를 지켰으며 직무를 분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감시받아야 할 권력과 감시해야 할 언론이 한 몸이 된 상황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기자는 의원이 겸할 수 없는 직종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절차적으로 겸직 신고만 하면 활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의 ‘맹점’이 곧 ‘윤리적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예산을 심의하고 행정을 감시하는 막강한 공적 권한을 가진다. 반면 언론은 그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견제의 주체와 객체가 동일인이라면, 그 칼날이 스스로를 향할 수 있겠는가.
가장 큰 문제는 이해충돌의 잠재성이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언론사라는 배경을 통해 유무형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만약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기사를 활용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의정 활동에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보도권을 사용한다면 이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다. 또한, 기사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언론사라는 간판이 지역 사회나 피감 기관에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학계와 시민사회가 지적하듯, 이는 단순히 개인의 윤리 의지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원이 기자로서 활동하며 광고를 요구하거나 이권을 챙기는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성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 "의회와 관련된 사안은 다루지 않는다"는 해명 역시 궁색하다. 지역 사회의 모든 현안은 직간접적으로 지자체의 행정 및 예산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이번 사안을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선 안 된다. 지방의원의 겸직 금지 규정을 더욱 촘촘하게 정비하고, 실질적인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의 대표라는 직함 뒤에 기자의 펜대를 숨기는 행위는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의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잣대는 법의 테두리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인천 지역 의회는 이번 기회에 소속 의원들의 겸직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엄격한 윤리 강령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며, 견제 수단이 권력의 도구가 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