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선근 기자】안동제비원전통식품이 선보인 ‘DIY 고추장’ 키트가 전국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51호인 최명희 명인이 4대에 걸쳐 전수받은 종가 비법을 토대로 개발한 이 제품은, 그동안 시어머니의 정성으로 전해지던 장맛을 이제는 며느리들이 직접 만들어 선물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고추장은 6개월 이상의 발효와 숙성이 필요한 ‘어머니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DIY 고추장은 찹쌀달인물, 메주가루, 조청, 고춧가루 등 준비된 재료를 섞기만 하면 단 5분 만에 깊은 장맛을 낼 수 있다.
핵심은 이미 발효 과정을 거친 특별한 찹쌀달인물이다.

이를 통해 긴 숙성 없이도 진하고 담백한 맛을 완성할 수 있으며, 방송에서 진행자들이 “안 짜고 맛있다”고 감탄을 전하기도 했다.
최 명인은 “숙성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고추장” 레시피를 공개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레시피는 아들이 “언제까지 엄마가 맨날 이걸 할 거냐, 쉽게 만들어 보라”는 따뜻한 제안에서 탄생했다.
가족의 사랑이 담긴 조언은 지난 2018년 식품기술대상 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동안 며느리들은 시어머니가 담가주는 장을 감사히 받아왔지만, 이제는 정성스럽게 직접 만든 고추장을 선물하며 새로운 가족 문화를 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직접 요리를 즐기는 홈쿡 문화의 확산은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한 소비자는 “어머니가 직접 담가주신 맛과 똑같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최 명인은 “그 집의 음식맛은 장맛”이라고 강조하며,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가족의 변화에 맞게 지혜롭게 이어가는 중요성을 설명했다.
실제로 며느리가 인천 출신이라 입맛이 달라 아들에게 전수한 일화를 공개하며,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주되는 가족 사랑의 의미를 전했다.
안동제비원전통식품은 연간 고춧가루 70톤, 콩 400톤을 사용해 약 300톤의 고추장을 생산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전통장 체험 키트로 주목받으며 100만 달러 수출 협약을 체결하는 등 K-Food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DIY 고추장은 단순한 요리 키트를 넘어, 시어머니의 장맛을 며느리의 손끝에서 다시 꽃피우게 하는 ‘사랑의 매개체’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만난 따뜻한 변화 속에서, 한국 가정의 장맛은 여전히 깊고 진하게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