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이진희 기자】박종효 남동구청장이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자원봉사 현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비와 추위 속에서도 묵묵히 봉사에 임하던 자원봉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는 지적이다.
논란은 지난 13일 오전 10시 남동구 논현1동 주차장에서 인천시자원봉사센터 주관으로 열린 ‘물김치(동치미) 담그기 행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행사에는 자원봉사 1365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70여 명과 센터 직원 등 총 80여 명이 참여해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할 1700박스의 물김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일 현장은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우비를 입어도 옷이 젖을 정도로 궂은 날씨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좁은 공간에 설치된 텐트 아래에서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봉사 활동을 이어갔다.
문제는 박종효 구청장이 현장을 방문한 직후 불거졌다. 박 구청장은 봉사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잠시 양파를 써는 등 봉사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박 구청장이 인천시자원봉사센터 신임 이사장을 향해 “이사장으로 어떻게 들어오게 된 거야”, “어떻게 저런 사람이 들어왔느냐”, “떡국 봉사나 하던 놈이 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을 하고 있냐”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다수의 참석자로부터 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일부 봉사자들은 구청장의 발언을 듣고 "그럼 떡국 봉사를 했던 구청장은, 구청장 자격은 없는 거네"라며 불쾌감을 표출했으며, 한두 명이 봉사 도중 현장을 떠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남동구청장 측은 논란이 불거진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명에 나섰다.
남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장님은 신임 이사장님과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어려운 봉사 현장에서 친근감의 표현으로 던진 말이었다”면서, “새롭게 이사장이 된 것을 축하하는 동시에, 봉사 경력이 많은 분이 오셔서 반갑다는 취지였으나, 주변 분들이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의로 참여한 봉사자들에게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구청장님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행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의 순수한 봉사 현장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구청장이 개인적인 평가와 비하성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원봉사 현장 관계자들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웃을 돕기 위해 모인 시민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구청장으로서 공적인 자리에서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은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책임감을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사회를 이끄는 책임자의 인성과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공직자의 자원봉사자에 대한 인식과 자격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